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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경학이'의 '답설야중거'

기사승인 2023.03.15  03:3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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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내린 들판을 걸어갈 제’로 시작하는 한시 ‘답설야중거’는 처음의 어려움과 중요성을 말한다. 시의 마지막 행 ‘반드시 뒷사람의 이정표가 되리니’는 눈 위에 찍힌 발걸음일지라도 지워지지 않고 역사로 남는다는 준엄한 메시지다. ‘안가고 말지’라는 푸념이 절로 나오는 요즘 말로 부담백배 시다.

김경학 제주도의회 의장이 음주운전한 강경흠 의원(더불어민주당, 아라동 을)을 도의회 윤리특위에 회부했다. 이게 얼마나 큰일인가하면 제주도의회 윤리특위가 생긴 게 2013년이다. 10년이 다 되고 있지만 징계 대상자는 한명 없다. 윤리특위의 개점휴업 10년이 제주도의원들 윤리의식이 제주도민 평균 이상이었다는 걸 말해주는 건 아니다. 오히려 지독하게 ‘안으로만 굽는 팔’이라는 증거다.

김경학 의장이라고 사상 처음인 징계 회부가 부담스럽지 않았을리 없다. 지역사회에서 같은 정당 소속 의원은 구태여 한 사람 건너지 않아도 아는 사이이다. 당내 선거에 도움을 얻어야 하고 대선, 총선 등 전국적인 선거에서도 협조를 얻어야 한다. 개인적 친분도 도외시할 수 없다. 혹시 있을지도 모를 김경학 의장의 정치적 미래를 고려하면 지난 10년처럼 어물쩡 넘어가는 것이 계산상으로 나을지 모른다. 더불어민주당 제주도당의 고작 당원자격정지 10개월 처분은 팔을 밖으로 뻗기가 얼마나 힘든지 잘 말해준다. 강경흠 의원은 오영훈 제주도지사의 국회의원 시절 비서출신이며, 현 민주당 도당위원장은 위성곤 의원이다.

처음은 힘들다. 그러나 그게 길이라면 가야 한다. 김경학 의장은 용기있게 첫 걸음을 내딛었다. 이 걸음이 제주도민의 대표인 제주도의회와 도의원을 각성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다. 또한 도민의 신뢰를 회복하는데도 일조할 것이다. 처음이 얼마나 어려웠으면 르낭은 <예수의 생애>에서 “모든 위대함에 순위를 매길 때, 영원한 명예는 처음 돌을 던진 자에게 주어야 마땅하다.”고까지 했을까.

‘답설야중거’는 서산대사의 작품으로 많이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조선후기 문신 이양연의 시로 문집 <임연당집>에 실려 있다. 백범 김구 선생이 애송한 시다.  

강민식 기자 kminsik@leisuretimes.co.kr

<저작권자 © 제주레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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