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setNet1_2

이종우 시장은 어떻게 '적격'이 됐는가

기사승인 2022.09.02  10:37:23

공유
default_news_ad1
   
▲ 2013년 7월, 안철수 지지모임 '제주내일포럼' 사무실 개소식에 참가한 이종우 서귀포시장

영화 <한산> 관람 후에 봤기 때문이었을까. 3시간 분량이 훨씬 넘는 ‘이종우 청문회’ 동영상을 보는 건 고역이었다.

“의와 불의의 싸움이지”
“선회하라”
자신과 수군과 조선의 운명을 결정할 싸움을 앞둔 이순신의 말은 지극히 짧았다.

이종우 서귀포시장은 장황했다. 무려 8분 23초 동안 이어진 모두 발언은 원론적인 말로 가득찬 말잔치였다. 말은 부실한 실체를 감추려는 의도로 부산했다. 공갈빵처럼 과장이 덕지덕지 묻어 있었고 뽕 브라처럼 허황했다.

의원들의 질문에 이어지는 대답 앞에 주렁주렁 달리는 사족은 뒤에 이어지는 말을 흐리게 한다.
“간단히 줄이겠습니다만은”
“아까도 말씀드렸습니다만”
“의원님도 잘아시겠지만”
“이해가 가실런지 모르겠지만”
“누누이 말씀드렸지만”
“답이 길어질런지 모르지만”
“저의 욕심일런지 모르지만”
“참고로 말씀드리면”
“다시 한번 말씀드렸듯이” 등이다.
이로 인해 가뜩이나 장황한 이종우 시장의 발언은 엿가락 늘어지듯 늘어나고 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 수 없을 정도였다. 위원장이 배려한 발언 시간 2분마저도 앞에 했던 말로 재탕했다.

세상 좋은 건 다 갖다 붙였다는 생각이 들게끔 한 모두 발언 효과는 오래 가지 않았다. 현기종 의원이 지적했다. “서면자료 요구했는데 문항을 임의로 변경해서 답변이 오고, 그나마도 원론적 답변뿐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자료 요구에 따른 답변이 너무 부실하고, 자신도 숙지하지 못한 내용을 자료에 넣고…”

이종우 시장은 청문회 쟁점이던 부동산 투기와 농지법 위반 논란을 접하면 급격하게 일반인 모드, 그것도 장삼이사 모드로 태세를 전환한다. 심지어는 (부동산 투기, 농지법 위반 관련 질문에서) “의원님은 잘 이해가 안됐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이해합니다”라는 적반하장 답변까지 등장한다.

2019년(고작 3년전 일이다) 부동산 매매대금 관련 자료 답변을 보자.
“매매대금 입금 내역이 없다”
“통장 내역은 없다”
“영수증 없다”
“증빙 자료 없다”

마침내 이종우 시장은 마치 엄청난 비밀을 털어 놓기나 하듯 “마지막 잔금을 치를 때 1억원 가량이 딸에게서 나왔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마저도 신빙성이 없다. 임정은 위원장이 지적한다. “그걸 뒷받침할 자료가 없다”고 말이다. 이종우 시장도 말한다. “증빙자료 없다”

증명할 자료가 “부족”했다고? 아니다, 아예 아무것도 없었다. 집 잔디밭에 사용할 농약 구매 자료처럼 요구하지도 않은 ‘쓰잘데기 없는’ 자료는 있고, 정작 검증에 필요한 자료는 한 점도 없다. 대신 말만 부풀어 오른다. “저의 삶과 부동산 투기는 맞지 않다”고 말이다.

청문회 의원들은 여러번에 걸쳐 부동산 매매대금 관련 자료를 비롯해 농산물 수확 자금 정산 자료 제출 등을 요구했다. 임정은 위원장은 “부실한 자료로 청문회 진행이 안된다”라고 까지 말했다. 답변은 오후에 제출하겠다였다. 하지만 오후 청문회 중 어떤 의원도 자료 요구 관련한 추가 질의는 없었다. 그리고 이종우는 ‘적격’ 의견을 받아냈다. 점심 시간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이종우 청문회는 “예전부터 지방자치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었고 지방자치의 꽃이라는 자치단체장에서 나의 꿈을 펼쳐보겠다는 꿈을 오래전부터 가지고 있었다”던 당사자의 말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이나 멀었다. 서귀포 시정 관련 질문은 원론을 길게 풀어낸 것에 불과했고, 논란 거리는 자료 한점 없이 ‘나 깨끗해’가 전부였다. 임명권자인 오영훈 지사가 말한 “연륜”은 찾을 수 없었다. 오히려 ‘협잡꾼’이나 ‘사기꾼’ 냄새가 풀풀 풍겼다는 게 솔직한 관전평이라고 고백한다. 애초부터 큰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청문회 초반 “밤낮으로 간다”던 땅에 무슨 농사를 짓고 있느냐는 질문에 대답을 하지 못하고 “나중에 소상히 해명하겠다”라는 말을 들으며 그나마 남아있던 한 줌마저 접었다고 또 한번 고백한다.

누군가 말했다. “강병삼보다 더 나쁜 X이다”라고. 하지만 현실은 강병삼 시장은 ‘부적격’, 이종우 시장은 ‘적격’이다. 이들이 제주도민을 통치하고 있다.

   
▲ 2013년 7월, 안철수 지지모임 '제주내일포럼' 사무실 개소식에 참가한 이종우 서귀포시장

이종우 서귀포시장 임명 배경에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 경력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그건 이미 과거다. 한때 행적이 있었다고 해서, 그 이름을 팔아 ‘단물을 쭉쭉 빼먹고’ 떠난 자를 억지로 끼워넣는 건 독립운동으로 출발해 친일파로 마감한 자들을 여전히 독립운동가라고 우기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광수, 최남선의 출발이 어떠했든 간에 그들은 친일파다. 이종우 서귀포시장은 노사모가 아니다.

오히려 2013년 ‘제주내일포럼’을 주목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당시는 안철수(현 국민의힘)의원이 욱일승천 기세로 떠오르고 있을 때였다. 리얼미터 7월 15일 리얼미터 조사에서 안철수 신당(창당을 가정하고)은 25.7%였고 민주당은 14.0%였다. 리얼미터 7월 넷째 주 대선 차기 지지도에서는 안철수가 22.6%로 야권 차기 구도 1위를 차지했다. 문재인 민주당 의원은 13.8%였다. 여권 1위는 김문수 경기지사의 8.8%가 고작이었으니 안철수 기세가 어땠는지 짐작할 수 있다. ‘미어캣’들이 이 현상을 놓칠리 없다. 자고 일어나면 전국에 자발적인 안철수 지지 모임이나 조직이 몇개씩 생겼다. 민주당 국회의원 대부분이 안철수에 ‘기웃거렸’다. 이종우 시장의 ‘세상 보는 안목’이 발휘된다. 오영훈 도지사, 강병삼 제주시장, 이종우 서귀포시장을 연결하는 공통 고리는 ‘제주내일포럼’이다. 그들은 모두 ‘안철수 맨’이었다.  

강민식 기자 kminsik@leisuretimes.co.kr

<저작권자 © 제주레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4
default_side_ad1

인기기사

default_side_ad2

포토

1 2 3
set_P1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etNet2
default_bottom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