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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수첩과 노 프롬프터

기사승인 2021.11.24  13: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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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의 ‘노 프롬프터= 얼음’ 사건(해프닝 아니다. 사건이다. 이 글은 왜 해프닝이 아니고 사건인지를 설명한다)을 보고 몇년 전 일이 떠올라 또 한번 몸을 부르르 떨어야 했다.

“아, 맞다… 저기…그”
2014년 4월 한국을 방문한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이 전 세계 기자를 앞에 두고 공동기자회견을 했다. 외국 기자가 북이 추가로 핵 실험을 하면 어떤 조치를 취할 건지 물었다. 오바마 대통령이 대답했다. 이제 박근혜 대통령 차례다. 오바마가 대답할 동안 눈에 띄게 안절부절하던 박근혜 대통령은 기자 질문에 응당 따라 나와야 할 대답을 하지 못했다. “아, 맞다… 저기…그” 가 전부였다. 보다못한 오바마가 나섰다. “불쌍한 대통령이 질문을 잊어버리셨네요” 옆에 서있는 오바마 대통령 얼굴은 웃음을 참느라 곤혹스러운 표정이었고 기자실에는 웃음꽃이 담뿍 피어났다. 웃음 대부분은… 아! 해석하지 말자. 그날 우리 국민은 집단 수치심에 시달려야 했다.

1년이 지났다. 박근혜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했다. 또 오바마 대통령과 공동 기자회견. 기자 질문에 오바마 대통령이 대답하라며 손짓하지만 “어… 그…”밖에 없다. 그러다 변명이라고 하는 말이 “오마바 대통령 답변이 길어 질문을 잊었다”였다. 도대체 국민이 무슨 죄인가. 또 한번 집단 수치심에 몸을 가눌 수 없었다. 대통령은 수첩 없이는 한 마디도 할 수 없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지만 수치심은 조금도 경감되지 않았다.

윤석열 후보의 ‘노 프롬프터= 얼음’ 사건을 보면서 ‘수첩’ 박근혜 대통령을 떠올린 건 지독한 고통을 수반한 수치심을 다시 겪지 않으려는 몸의 생존 본능이 발동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노 프롬프터= 얼음’ 과 ‘노 수첩= 벙어리’는 종이가 전자기기로 대체됐다는 것 외에는 다르지 않다.

수첩이나 프롬프터는 뇌 기능을 보조하는 용도로 쓰일 것이다. 하지만 박근혜와 윤석열 경우에는 보조기가 없으면 정작 주 장치인 뇌를 전혀 쓰지 못하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세간에서 빠르게 공감대를 얻고 있는 ‘남자 박근혜’가 설득력 충만한 비유라 생각한다.  

강민식 기자 kminsik@leisuretimes.co.kr

<저작권자 © 제주레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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