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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와 그 적들

기사승인 2019.06.07  10:0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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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4일 오후 제주 제2공항 성산읍 공청회.

난장판도 아니었다. 난장판이라고 한다면 서로 다른 생각이나 의견을 가진 사람들의 충돌로 인해 벌어지는 장면일테다. 공청회 장소라고 이름 붙여진 그 곳은 제2공항을 반대한다는 사람들의 독무대였다. 다른 의견은 없었으며, 그럴 기회조치 없었다. 봉쇄, 철저한 봉쇄였다. 한 목소리였고 한 가지 의견만 허용됐다. 단상 상단에는 ‘도민 의견을 듣겠습니다’라고 쓰인 플래카드가 붙어 있었지만, 이날 이 자리의 ‘도민’은 이들 뿐이었다.

예정 시간인 오후 3시 훨씬 이전부터 단상앞을 점거하고 자신들이 가져온 앰프와 마이크로 일방적 주장을 펼쳤다. 오후 3시쯤 주최측 사회자가 “3시부터 공청회를 시작하겠으니 단상앞에서 나가달라”는 안내를 했다. 단상앞 점거자들은 오히려 단상위로 올라갔다. 그리고 또 점거했다.

타인을 허용하지 않는 일방적 주장은 계속 이어졌다. 공청회 무산 선언 이후에는 반대측 인사들만 모인 토크쇼 같았다. 여유도 힐끔 드러난다. 공청회 무산에 “공무집행 방해는 아니”라고 했다. 모욕적 언사도 아끼지 않았다. 도청 관계자에게는 “물러가라. 여기 있을 자격이 없다”고 했다. 마이크는 이리저리 돌았고 비슷비슷한 주장은 계속 이어졌다. 그곳에서는 ‘다른 의견을 가질 권리’는 커녕 그 비슷한 것조차 찾을 수 없었다.

앰프는 장내에 “남들이 찬성하니까 나도 찬성하지 마시고…”를 뿌렸다. “나도 처음 반대 운동헐때는 뭐 몰라수다만은…” 이라며 가르치려 들기까지 한다.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나중에 피눈물 흘리지 말고”는 대놓고 모욕이다. 그러면서도 단상에서는 “도민들의 의견을 들읍셔”라고 고함을 지른다.

나는 똑똑하고 너는 무지하고, 나는 미래를 걱정하고 너는 한치 앞도 못 보고, 나는 사라지는 마을을 안타까워 하고 너는 부동산 가격 상승에 즐거워하고, 나는 제주를 사랑하고 너는… 나는 뇌 용량이 사피엔스고 너의 뇌 용량은 참치고, 나는 옳고 너는 그르고.

조지프 히스는 <계몽주의 2.0 >에서 “대화에서 소통이 가능해지도록 논의를 좁혀가는 방법은 서로 상대방이 불합리하다거나 오류를 저지르고 있다고 탓하는 것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다”라고 했다.

적이 있고 구별이 안되는 애매한 이들이 있고 구경꾼이 있다. 이외에도 수 많은 범주의 사람들이 있다. 논의 확장을 통해 적을, 애매한 이를, 구경꾼을, 가능한 많은, 가능한 여러 범주의 사람들을 아군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운동’의 목적 아닌가? 상대를 인정하지 않으니 대화를 봉쇄하고, 대화가 없으니 이슈를 주도하지 못한다. 논의 확장은 아예 생각이 없는 것 같다.

오후 내내 ‘진짜 목적이 뭘까?’가 웅웅거리며 머리 속에서 맴돌았다.  

강민식 기자 kminsik@leisuretimes.co.kr

<저작권자 © 제주레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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